일본에서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결혼 후 아이를 가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한일부부로서 역시 국적이나 언어, 이름, 인종차별, 군대 등 다양한 문제가 먼저 걱정으로 떠오른다.
너무 걱정이 많다고 할 수도 있지만 2019년 일본에 건너온 후 한일관계가 나빠질 때 언론에서 한국을 어떻게 다루는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의 정체성은 어떻게 지지해야 할까?
한국인, 혹은 일본이라는 정체성은 꽤 강력하다. 민족주의에 가까운 교육 방식과 함께 꽤 강한 애국심과 함께 국가에 속한 개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물론 최근에는 교육도 바뀌고 과거 같이 일반적인 국가의 충성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영향력은 클 것이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는 전체를 중요시하고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 당연시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한 국가에 속한 것이 아니라 꽤 마찰이 심한 두 국가 사이에 속하는 경우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충분한 것 같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벌레를 찢는 아이들 의외의 잔혹성을 생각해보면 일본에서는 '한국놈', 한국에서는 '일본놈'으로 부르는 녀석들을 내 아이가 만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 같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이가 주눅드는 것이 싫다.
물론 자존감을 잘 형성하면 자란 아이라면 무시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2019년 후반기 부터 한일 관계가 나빠지자 매일 아침 지하철역에 놓여 있는 신문에서 TV에서 한국에 대한 비난을 하는 환경 속에서 아무도 나한테 그런 말을 하지 않는데도 마음이 많이 위축되더라 아이는 더 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은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한국인, 일본인 혹은 한일 양국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두 국가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지만 장점만을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양국을 모두 경험하고 훨씬 넓은 시야로 세계를 볼 수 있는 입장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어느 국가에서든 인종, 국가 등으로 차별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차별적 발언을 하는 것은 법을 어기는 일이 된다는 것 역시 알려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어느 한쪽에 완벽하게 스며들기는 쉽지 않은 입장이란 쓸쓸함을 완전히 걷어낼 수는 없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우리 가족에 완전히 속해있고 우리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그 아이를 지지한다는 것을 말로 행동으로 분명히 보여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가 혹여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그것이 수정될 가능성이 없다면 언제든 그곳을 벋어나 다른 환경을 만들어줄 각오가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차이가 당연한 국제학교 같은 곳이 가장 좋겠지만 일본에서도 한국에서 비싸다. 대학교 등록금만큼 비싸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12년의 정규 교육을 모두 국제학교에서 보내게 할 자신이 없다. 그럼 사립학교라도 보내야 하는데 사립학교는 국제 학교 절반정도의 비용은 든다고 한다.
우선은 열심히 해서 금전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등학교 교육은 홈스쿨링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만큼 충분히 고려가 필요하겠지만 홈스쿨링도 분명한 선택지 중의 하나이다.
국제학교든 사립학교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정체성을 쌓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이 언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어와 일본어 어떤 언어를 먼저 가르쳐야 할까? 내가 한국인인 만큼 한국어를 잘 익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거주하고 우리 부부의 주언어가 일본어인만큼 일본어가 중심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한국에서 한국인과 결혼한 유럽인 친구가 있는데 아이와 아무리 자신의 나라의 언어로 말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한 마디 하고 대답을 듣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현한 샘 해밍턴의 사례를 봐도 영어를 따로 공부하게 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샘 해밍턴의 경우는 아이들이 영어로 말하게 하려고 영어 마을의 컨셉을 차용해서 패스포트 등 여러 컨셉으로 영어만 이야기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저 역시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아이가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에서는 법적으로 아내 호적으로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 같다. 따라서 아내의 성을 따라가게 될 것 같다. 한국에서는 내 성을 따르게 될 것 같다.
성은 어쩔 수 없지만 이름은 가능하면 한국, 일본 양쪽에서 다 통용될 수 있는 이름으로 통일해주고 싶다. 검색해 보니까 이런 이름들이 있더라. 여자 아이 이름은 꽤 많으니 간단히 아래와 같은 것만 예로 들어본다.
여자 아이
유리(ユリ), 유미(ユミ), 민아(ミナ), 하나(ハナ)
民枝 민지/타미에
남자아이의 경우 한국 일본 양국에서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이름이 매우 적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이 찾아봤다.
남자아이
시류(시유, 詩琉,しりゅう)、
유우(宥佑、羽宇、 ゆうう)、
준、
琉羽(류우, りゅう)
우류(うりゅう)、
유안(宥安、ゆうあん ゆあん, 유안(琉眼))、
리온(利穏、理穏りおん), 나무(なむ、那武)
시우(しむ、詩佑、志優(シウ))、
단(だん、旦)、
신야(しんや、伸也)、
유마, 琉磨,ゆうま)
시안(しあん、詩安)、
리우(りう/理宇(/RIWOO),
진 ジン,
레오(レオ),
가온(佳穏)、
하루(はる)
正浩 정호/마사히로
참고 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cGAMZGge4kI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Cf707bsIj4gXM0vxfEAS0ttauhoYZRznGvOVXugYVmo/edit#gid=0
통(칭)명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에서는 결혼을 한 경우 일본 이름 통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게 이름이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데 학교에 들어가고 난 다음에는 계속 튀는 아이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 결정을 해야 한다.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은 아이의 자존감에 이게 도움이 될 것인지, 그리고 나 자신은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내 결론은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내 자신의 자존감에는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의 자존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만약 이게 언젠가 들킬지 모르는 시한 폭탄 같은 것이 된다면 오히려 처음부터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조치이고 딱히 부끄럽거나 겁이 나서 통(칭)명을 사용하는 것을 아니라는 것을 잘 인식시켜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문제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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